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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1_읽기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표지 디자인이 무지 스러워서 대여하였다. 직장생활 초입에 내가 자주 만들어썼던 흰색 바탕에 적당히 각진 폰트 그리고 타이틀에 볼드를 더하여 강조를 주곤 했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과 비슷해서 정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느낀 요즘 출판업계의 표지 디자인 트렌드-원색 배경에 단순한 그래픽과 독자 입장에서 읆조릴 법한 이입 형식의 문장형 타이틀-와는 어느 정도 다르면서도, 굉장히 단순하게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간결한 겉표지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엮은 책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그 간결한 브랜드 이미지에 관심을 가졌었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무인양품 매장이 들어섰을 때 몇 번 방문하여 매장 자체의 분위기와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보고 나서 아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그 사용성에 끌리는 상품들을 팔고 있구나, 그런 한편으로는 가격은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그 중간 즈음에 기준을 둔 판매전략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던 브랜드이다. 새로 생긴 매장에서 몇 갠가의 생활용품을 샀었는데 무엇을 사서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중에 묵었던 펜션에서 방명록으로 무지 노트를 비치해 두었었는데, 밑줄이 없는 손바닥보다 큰 사이즈의 노트였다. 당시 소개팅을 받아 만남을 이어가던 K 의 얼굴을 기념으로 방명록에 그려보았었던 기억이 있다. 굉장히 간결하고 실용적이며 실제 사용했을 때 딱 알맞았던 제품이라 생각했었고, 잘 기억해두었다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무지 매장에서 비슷한 종류의 노트를 사서 그림일기로 사용 중이다.

 

 무인양품이 품고 있는 사상과 전략 그리고 전개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경영자 입장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권오현님의 초격차 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를 짧은 호흡으로 되풀이하여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에 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사상과 전략은 기업의 아이덴티티이므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그 논조라던가 구성 방식에서 차이점을 느꼈다. 되풀이되는 단락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물건의 쓰임새 자체에 집중하고 덜어낼 것을 덜어내고 그런 한편으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재고해나가는 것이다, 라고 느꼈다. 무지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무지를 사용중인 고객들 그리고 나아가서 경영 개발 마케팅 유통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현재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객 중심에서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 자체는 270 페이지 정도이지만 집중하여 두 세 시간에 읽고서 음미할 수 있는 내용이라 가볍게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꽤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던 무지 노트를 다시 한 번 꺼내어서 사용해보려고 한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