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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사랑의 슬픔 생과 사가 맞닿아 있어요 하늘색으로 물들어가는 두 눈 그대 입술의 따뜻한 온기 무한한 사랑의 슬픔 무한, 영원.
너는 하늘 아래, 땅 위에서 눈부시다 한 때 내가 별을 좋아하여 북극성이 되고 싶다고 까만 밤하늘의 소금같은 일곱 개의 보석이 되고 싶다고 시간은 흘러 흘러 나도 나이를 먹고 어제 길에서 만난 너는 내일 같은 얼굴로 씩 웃으며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지 그리고 하늘 아래에 드러누워 땅 위에서 말하더군 그럼 난 이대로 땅 위에 붙박힌 별이 되겠다고 멀리 갈 것도 없다고 지친 영혼의 밤길을 비추는 램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별 같은 치아를 가지런히 드러내보이며 그렇게 너는 눈 부셨지 무한, 영원
너는 매혹을, 나는 담배를 한낮의 뜨거움도 어둔 밤하늘에 자리를 내어주고 모두가 떠나버린 거리 지금은 우리들의 시간 기억하는진 몰라도 오늘은 우리가 그토록 바랬던 내일 삶의 고단함조차 이겨내었던 어제를 너는 알 수 있겠지 달, 내게 말해줘 남모르게 키워온 내 안의 바램들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모두가 포기해버린 그 때부터 우리가 찾아해멘 그 꿈을 꿈, 인류가 나아가야할 진화의 첨단 이런 내가 어리석은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묻어버릴 너와 내가 도달해야할 그 곳은 어디쯤일까 달, 너는 너무 매혹적이야 그 자체로도 완전한 꿈이지 동쪽 하늘에선 별똥별이 사선을 그리고 땅에 발붙인 자로서의 어쩔 수 없는 좌절감에 나는 또 담배를 문다 서글픔, 회환, 체념의 이름표를 단 감정들을 너는 알 수 있을까?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걸..
불꽃놀이 이봐요 눈을 떠요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요 보이나요 당신의 눈을 멀게 할 불꽃놀이 그래요 당신은 지쳤겠죠 분명 촛점없는 눈빛 헝클어진 머리 풀어헤친 단추는 당신 또 상사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은 거군요 물론 넥타이를 메며 당신 집을 나설 때는 단정한 수트에 영롱한 꿈을 가진 모습였겠죠 아침엔 누구나가 그런 법이니깐 피유우우우웅... 팟! 아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이에요 어서요 어서 내 손을 잡고 따라와요 발돋움하지 않아도 잘 보이는 높은 곳으로 가요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니깐요 오늘 밤은 제발 넥타이를 풀고 있어요 당신 맘을 느슨하게 할 불꽃놀이 축제는 해가 뜰 때까지 이어지고 버스며 지하철은 이미 끊긴데다 내일도 어김없이 당신은 출근해야하지만 오늘은 다신 오진 않아 모든 것을 다 비우고 ..
제목없음 보이는 풍경의 삼분의 이가 하늘인 그 강변에서(나는 웃었던 것 같다). 대여섯 번 걸어야 한 번 받음직한 그의 전화번호가 아니더라도 그의 명함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정말로 바쁜 사람이지만, 물론 그걸 알고 있는 나로써는 어찌된 심사인지 그를 꼭 이 곳으로 불러내야만 했던 것이었을까. 억지, 부당한 요구. 평판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마음씨까지 좋은 그는 억지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순순히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우리는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강변을 따라 말을 달려왔다. 불러낸건 나인데,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근황을 얘기하고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수줍음을 느끼며 아직 덜자란 말의 갈기만 자꾸 손으로 빗어내었다. 귓가에 웅웅거리는 그의 보이스를 들으며 나도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강변 위로 펼쳐진 광활한 하..
시그넷에서의 밤, 뒷뜰 잠자리에 들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가 문득, 가슴 한 켠에서 소소하게 올라오는 헛헛함에 박하향 담배를 챙겨들고 뒷뜰로 나갔다. 치익,하며 타오르는 불꽃에 담배를 사르고는 입에 물기 전에 잠깐 누군가의 이름을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담배를 물었다. 한 모금 빨고, 후욱하며 하늘을 향해 한숨같은 연기를 내뱉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의 모든 것들이 강하게 옛것을 그리워했다가, 왠지 모를 이질감에 몸서리치며 지금으로 돌아오고, 이어 앞과 뒤, 양 옆 그리고 모든 공간에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나를 탓하고 있는 듯했다. 숨을 곳 없는 뜰의 한 가운데서 나는 나를 꾸짖고 성토하는 아우성들에 둘러싸인 채 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그렇게. 사납게 빛나고 있는 별빛들과 마음내키는데로 높아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