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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1_읽기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2010년 전후의 어느 해, 구미사업장에 출퇴근하던 시절, 어떤 계기로 부서 임원에게서 선물받은 책,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작가는 코펜하겐 출신의 페터 회.

 이 정도의 두꺼운 책은 자주 읽진 못하지만 그래도 몇 번쯤은 읽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장장 십수년이 지난 2023년의 봄날에 겨우 완독하게 되었다. 책에 대한 감상보다도 결국은 완독해내었다는 성취감이 더 대단했다. 그토록 오랜 기간 소장하고 있으면서 몇 번을 손을 대었다가 방치하곤 했던 책인데 올해에는 정말 끝장을 보자는 심정으로 출퇴근 만원 지하철에서 어떻게든 떠듬떠듬 읽었다.

 감상을 쓰기엔 너무 지쳤다. 독서 중간중간 인상적인 문단들이 나오면 책귀를 접어놓았는데, 그 중 한 문단을 기념으로 남겨놓기로 한다.

 

 내가 죽을 거라는 인식보다 나를 더 안심시켜주는 사실은 없다. 명확함이 다가오는 이 순간들-자신을 낯선 이로 바라보는 것처럼 자기를 명확하게 하는-속에서 모든 좌절, 활기, 우울함은 사라지고 고요로 대체된다. 내게 있어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며 존재의 상태나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 같은 것이다. 죽음은 정신적으로 현존하고자 하는 노력 안에서 현재에 초점을 두는 것, 도움, 동맹이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