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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4_유희

성원각

 

 백년광명순댓국을 갔었는데 이미 식재료가 떨어진터라 그대로 리턴해서 신동 일미식당을 향했다. 하지만 일미식당 또한 마침 휴무여서 결국 래미안 근처의 성원각이란 곳을 방문하였다.

 이 날 무지하게 걸었던 터라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서 정신이 희미해질 정도였는데, 테이블에 앉자마자 짬뽕과 맥주를 주문했다. 내 상태를 보시고선 사장님은 잽싸게 반찬과 맥주부터 내어주셨고, 시원하게 한 잔 따라서 급하게 사진부터 찍고는 벌컥벌ㅡ컥 들이켰다. 아주 잠시 동안 귀 뒤편에서 무언가 탄생과 사멸이 일어나는 느낌이었고 이윽고 몸 속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몸이 멀쩡해지니 정신도 조금 맑아지는 듯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맥주를 마시고서 의식이 명료해지다니 참 신기할 일이다. 아무튼 맥주 한 모금 깍두기 한 알 찹찹 먹어재꼈다.

 짬뽕은 참 맛있었다. 무엇보다 홍합 껍질이 다 까진 상태로 배려있게 나온 점이 마음에 들었고, 국물은 너무 튀지않게 칼칼하니 맛이 좋았다. 행복하게 쭉쭉 먹어치웠고 아쉬운 마음이 공깃밥도 추가하여 야무지게 말아먹었다. 이 날 순댓국과 일미식당에 실패하고난 후 새로운 맛집을 찾게 되어 나름 좋았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