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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4_유희

군산 여행 둘째날

 

 선유도 장자도를 가려면 군산대 정문에서 6시10분부터 한시간 텀으로 매시간 10분에 출발하는 99번 버스를 타야 했다. 새벽에 겨우 일어나서 숙소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며 전날의 피곤을 떨쳐낸 뒤 개나리봇짐을 메고 숙소를 나섰다. 아침의 공설 시장을 통과하여 군산대 가는 버스를 타야했는데 시장은 만원지하철 마냥 사람들로 붐벼서 뚫고 지나가는게 힘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부터 약간의 텐션을 전수받으며 겨우 시장을 벗어나 카페196 앞에서 군산대행 버스를 탔다. 군산대 정문에서 하차하니 이미 99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고 나도 얌전히 사이에 앉아 기다리다가 99번 버스를 탑승했다. 내륙을 벗어나 새만금방조제를 달릴 때 버스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와 배들 그리고 푸른 하늘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아침 나절의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짝 졸기도 하였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야미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고군산군도로 들어설 즈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주변을 눈에 담았다. 버스는 선유도를 기웃거리다 마지막엔 장자도엘 들러 나를 내려주었다. 하차한 곳에서 조금 내려들어가니 이번 군산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인 대장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자도에서 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선 대장봉을 한시간 내에 찍고 다시 하차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매시간 20분마다 버스가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걸음을 옮겼다.

 

 

 해발은 그리 높지 않지만 등산로가 험하고 계단이 가파른 곳이라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특히 단차가 높은 계단은 무릎과 허리가 안좋은 내겐 쥐약이었는데 특히 하산하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아무튼 힘을 내어 대장봉을 오르다보면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예술이었다. 바다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왔고 가슴이 파랗게 물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정상 근처의 돌 무더기 절벽에 걸터 앉아 오래도록 풍경을 눈에 받아들이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버스 시간을 계산해야했던 나는 빠르게 눈과 사진에 풍경을 담고 잇 사이로 신음소리를 내며 겨우겨우 왔던 길을 도로 내려가서 버스 승차를 서둘러야 했다. 말 그대로 내려가는 길은 절로 신음이 나올 정도로 힘들고 무릎과 허리에 쥐약이었다. 겨우 20분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그 때 쯤엔 몸이 만신창이가 되서 골골거리며 버스에 축 늘어져서 실려왔다. 컨디션 문제와는 별개로 군산 여행에서 꼭 다녀오면 좋을 장소로써 들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응항 환승장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고, 이후 왔을 때처럼 정안휴게소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정안휴게소에서는 주린 배를 채워야해서 치즈돈까스를 먹었다. 주문 후에 얼마 지나지않아 돈까스가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약간 눅눅한 느낌이 들어서, 아마 주문 들어오기 전에 이미 튀긴게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뜨거운 국물과 같이 돈까스를 먹어치웠다. 이번 군산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음식치고는 썩 와닿진 않았지만, 음식 맛에는 왠만큼 불만을 가지지 않는 나라서 결국 유재석 스타일로 밥과 야채 피클 콘 그리고 돈까스를 잘게 조사려서 쓱쓱 비벼먹으며 마무리를 했다. 군산은 나중에 한 번 더 와서 좀 더 느긋하게 거리를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여정을 마무리 했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