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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0_일기

20240615토

 흘러가는 나날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몸은 여전히 건강치 않다. 햇수로 6년차 비만을 유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대사 질환들을 잔뜩 끌어안고 있다. 몸 뿐이랴, 마음도 딱히 건강하진 않아서 매번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 마다 내 정신은 깊은 곳으로 가라앉다가 겨우 발버둥치며 원래의 자리를 찾아오길 반복한다. 일정한 기준이란 게 없어서 그러한 듯 하다. 내 안에 단단한 심지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몸과 마음이란 환경을 차치하고, 취향이나 취미에 있어서도 한결 같은 부분이 없었다. 흘러가는대로 부유하다 문득 빛을 발하는 것을 보게 되면 잠시 현혹되어 근처를 맴돌 뿐, 이윽고 나는 떠도는 나그네처럼 목적 없는 길을 다시 갈 뿐이었다.

 생업은 점점 고도화되어 내가 갖추지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나는 이 자리가 내게 어울리는 곳이 맞는지 끊임없이 반문하며 힘들게 하루를 이어간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다음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하고 싶은 바가 없는 자의 전형적인 사고 방식.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음. 조금씩 생각해보아야 할 일들이다.

 즐겨 마시던 와인과 위스키도 몇 년이 지나니 헤비하게 느껴진다. 다시 나는 소주와 맥주의 세계로 회귀하였다. 이런 것도 취향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나는 동네 국밥집에서 조용히 국밥 한 그릇에 소주를 한 컵 곁들이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집중해서 술과 국밥을 우적거리면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마저 든다. 때로는 낮술로 하루를 열기도 한다. 맛있다는 국밥집을 덜 붐비는 시간에 방문하기 위해 아침나절부터 두시간 정도를 땀을 뻘뻘 흘리고 발을 질질 끌듯이하며 걸어가 마침내 도착하여서, 국밥이 도착하기 전 맥주 한 알을 눈 앞에 부어놓고 그 청량함에 마음을 빼앗긴 순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시원하게 한 알을 싹 마셔버리고 곧 나온 얼큰하고 고소한 순대국밥을 소주 한 알과 함께 즐긴다, 그것이 나의 하루를 여는 방식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독서라는 행위에 노스텔지어를 느낄 때면 오래 전 사두고 읽지 못한 채로 낡아만 가는 책을 꺼내어 짐짓 서두를 읽어본다. 최근엔 장미의 이름을 꺼내어 상편을 읽고 있는데 여간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나는 자주 흐름이 끊기곤 하는데, 그럴 때면 다시 책을 덮어 두고 몇 날을 지난 후에 다시 텐션을 올려 책을 집어들고 조금씩 읽는다. 책을 읽는 호흡이 짧긴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하편까지 다 읽고 나면 하루키의 신간을 읽어보려 한다. 그리곤 다시 책장 속 유물이 되어가는 책들을 읽어야겠다. 독서를 사랑하고 즐기던 예전의 내가 그립다.

 티비와 인터넷에서 러닝이 각광을 받으면서 동네에서도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곤 한다. 나도 건강을 개선 또는 유지할 목적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말이 거창해보일 수 있기에, 조깅을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내겐 무릎과 허리의 병력이 있는 데다가 과한 비만인이기에 허리를 트위스트하는 동작이 포함된 운동들-캐치볼, 탁구, 배드민턴-은 운동 직후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허리의 통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고 오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조깅을 선택했다. 처음엔 300m 를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러닝화를 사고 자세를 연구하고 호흡을 신경쓰며 연습을 간간이 해온 바, 이제 5k 까지는 걷지 않고 조깅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아직 페이스는 조깅 페이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심박수는 다섯 번째 구간을 맴돌지만 연습을 거듭한다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견딘다. 견디는게 아니라 즐기는 수준이 되어야 진정한 취미라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이정표를 만들어두기 위해 얼마 전 화성시 효마라톤 건강달리기 5k 에도 나가보았다. 열기가 뜨거웠고 세상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곤 조금 욕심 내어 10k 와 하프까지는 언젠가 뛰어봐야겠다는 어렴풋한 목표를 가지게 된다. 요즘은 5k 를 30분 이내 들어오는 600 페이스를 목표로 연습 중인데, 과한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에 물이 차고 말아서 최근엔 거의 개점휴업 상태이긴 하다. 그래도 오늘 못 참고 오전에 5k 를 달려보았다. 역시나 달릴 땐 힘들지만 끝나고선 기분이 좋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