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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42_달리기

20240621원천천10k

 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첫 발을 내디딘게 2023년의 연말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아식스 매장에 들러 젤카야노30 4E 러닝화와 르까프 달리기 양말을 샀다. 처음 신어본 러닝화는 투박하고 못생겨보였지만 달릴 때 내 두 발을 단단히 잡아주어 안정감이 느껴졌다. 회사에선 트레드밀에서 조금씩 달리는 감각을 익혔고, 동네에선 몇 백 미터씩 달릴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달려보았다. 목적은 있었는데, 허리 디스크와 편치 않은 무릎을 가지고서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 취미를 가지는 것이었고 감량의 목적도 있었다. 목표는 우선 5k 를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해서 5k 건강 달리기에 나가보는 것이었다. 가까운 지역의 화성 효마라톤 5k 를 신청하여 첫 번째 목표를 삼았다.

 처음엔 1k 달리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100kg 몸무게와 높은 심박 그리고 허리와 무릎의 압박이 있어서 매번 달릴 때 마다 한계와 부딪히며 좌절하곤 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쯤은 늘겠지 하는 생각으로 며칠에 한 번씩 밖으로 나가 달렸다. 신발 끈을 고쳐 매며 불안한 내 마음도 고쳐 매곤 했다. 1k 2k 그리고 3k 를 달성해갈 때의 성취감은 대단했다. 페이스는 좀처럼 잡히질 않았지만 거리만큼은 조금씩 늘어갔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곧고 길게 뻗은 원천천에서 처음 5k 를 달성했을 때는 아, 앞으로 이걸 계속 해나갈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좀 더 5k 를 달려보면서 마일리지를 쌓았고 마침내 화성 효마라톤 5k 도 완주할 수 있었다.

 다음 목표를 세워야 했다. 현 시점의 최장 거리인 5k 의 페이스를 줄여나갈 것 인지 혹은 거리를 늘려 10k 를 향할 것인지 고민했다. 페이스는 좀처럼 줄지 않아서 일단 10k 를 달려보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늘 뛰는 아파트 단지 외벽은 5.5k 에서 좀처럼 거리가 늘질 않는다. 다시금 원천천의 직선 주로를 떠올렸다. 곧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어서 급히 운동화 끈을 고쳐매며 원천천으로 나가 보았다. 원천천을 따라 북쪽으로 내달린 후 광교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남하하면서 10k 를 달려보기로 했다.

 일기예보 때문인지 원천천엔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은 이미 반환점을 돌아 남하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 뿐이었다.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조금은 고독한 마음으로 8분 페이스로 짐작되는 속도로 발을 살짝 끌듯 달렸다. 호흡과 심박 그리고 살짝 앞으로 기울인 자세에 신경쓰며 달렸다. 평소보단 주위의 풍광이 좀 더 눈에 들어왔는데 원천천변의 느릿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광교호수공원이 가까워지면서 트레일러닝을 연상케하는 흙길의 소로도 나왔고 몇 군데의 계단도 있었다. 직선으로 내달리며 5k 를 찍을 때 쯤 부턴 워치의 안내음을 듣지 않으려 했다. 거리를 개의치 않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려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호수공원 근처 도서관이 보일 때 쯤 천변을 가로 건너 대로로 빠져나간 후 호수공원 데크로 진입했는데 예쁜 꽃들과 사람들 그리고 호수가 눈에 들어오면서 좀 더 기분이 쾌적해졌다. 삐걱거리는 나무 데크를 좀 지나 아스팔트 길로 올라서서 그 후론 광교호수공원을 따라 쭉 달렸는데 호수엔 사람들이 많았고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점점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쉬는 법 없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 때 쯤 처음으로 힘들어 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최장거리를 뛰지 않았느냐, 할 만큼 했다는 마음이 불쑥 찾아왔다. 하지만 목표를 지닌 상태였기에 이겨내자는 마음이 좀 더 컸다. 코 호흡이 무너지며 입으로 헉헉 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고개는 점점 하늘을 향해갔지만 아직 심박은 견뎌낼만했기에 정신을 차리고 호수공원을 빠져나가며 다시 남하했다. 마침내 10k 를 찍은 순간 스위치가 꺼지듯 걸음이 멈추었고 대신 마음 속 성취감은 충만해졌다. 멈춰선 상태에서 힘이 들어 무릎에 손을 짚은 순간 현기증이 강하게 느껴졌고 길가의 구조물을 부여잡고 겨우 견뎌내면서 쉬었다. 1시간 20분 남짓 뛰었는데 삼성헬스는 10k 와 8분 넘는 페이스를, 삼성헬스와 연동된 스트라바는 11k 와 7분 넘는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돌아오는 길이 멀어 도중에 편의점에서 게토레이 한 병을 사서 걷는 동안 다 마셔버렸다. 아마 한 동안은 5k 위주로 페이스를 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훈련하되, 가을 쯤엔 10k 단축마라톤에 참가해보는 걸로 다음 목표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