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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2_소고

 

 

 너에 관한 꿈을 꾸었었다.

 

 꿈 속에선 모든 일들이 가능하고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던가 윤리적인 가치가 꿈이라는 이유로 이해되지만 또한 그에 대한 개인의 양심이 동요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상 꿈 속에서 너를 만났을 땐 너와 나는 지금보다 좀 더 가까와진 관계였다. 그걸 연인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너에게 끊임없이 구애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너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나는 꽤나 노력했었던 것 같다. 또 그만큼 너는 내게 다가왔다가도 잡히지 않는 허상처럼 한 걸음씩 물러났다. 나는 애가 탔다. 대부분의 꿈이란게 그렇듯 일의 앞뒤가 자연스레 연결되지 않고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었지만 어쨌건 그 상황, 그 장면에서 나는 분명 너를 원하고 있었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그 때의 나의 안타까운 기분은 지금도 희미하게나마 남아서 꿈을 깬 지금까지도 나는 왠지 너를 그리워한다. 이래선 안되는 거라고 내 안의 어떤 목소리는 외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도 내 안의 바램이잖은가. 내가 너를 이토록 바라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는 걸 인정한다. 아니, 원래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다. 너와 나는 책임이 뒤따르는 강렬한 애정의 관계가 아니라 호감과 우애가 있는 깔끔한 사이를 전제로 하지 않았던가. 물론 나 혼자만의 불찰이다. 꿈은 꿈으로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다음날 나는 또 한번 꿈 속에서 널 만났고 지금 내 마음은 설레임과 자책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