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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1_읽기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1

 고등학생 때 책 대여점에서 빌려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노란색 커버의 책이었고(지금은 흰색 커버), 작가의 배경/성향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았던 책이다. 노련하고 퇴폐적이지만 식도락에 대해 집요한 면이 있는 작가의 미식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신선하게 마음에 와닿았었다. 간혹 골 때리는 야한 얘기들에 설레이기도 했었더랬지. 좀 정도가 지나치다는 위험신호를 느끼기도 했지만.

 

2

 최근에 카트에 담긴 책들을 일괄 구매할 때 섞여있었던 모양인데, 왜 굳이 [이미 보았지만 큰 감흥은 없었기에 재구매 의사까지는 없었던] 이 책을 다시 구매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엇때문에 카트에 들어있었던 걸까? 아마도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이 책을 떠올리게 되었고, 당시의 노란 색깔 커버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내용에 마음이 이끌리게 되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샌가 출퇴근 길에 나는 지하철 한 구석에 찌그러져서 이 책을 뒤적이고 있다. 아무래도 내게 이 책은 [캐쥬얼하고 프레시하면서도 가벼운, 그래서 피곤한 몸 상태에서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쉽게 읽히는] 그런 책인가보다. 마치 감자튀김 같은 책이다. 흠. 아직 다 읽지도 않았고, 이제 중간 정도 읽고있지만 미리 감상문을 써버려도 될 정도의 책.

 

3

 작가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의 소설과 영화 제작? 감독? 등으로 유명한 듯하다. 내가 읽은 작가의 다른 작품은... [너를 비틀어 나를 채운다] 라는 기묘한 내용의 책이었는데, 굳이 언급하고 싶진 않다. 하여튼 범상치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4

 작가가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합석하게 된 노인과 핫도그를 어울려 먹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스포츠를 관람하며 베어먹는 미국식 핫도그의 시큼짭짤한 맛과, 노인이 무심히 남긴 서글픈 가족사. 뜨거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리면서도 일순 사고가 묘연해지는 그런 기분.

......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먹는 핫도그가 맛있다고 생각지 않나?"

 

"그것도 햇살 아래서."

 

"차가운 맥주와."

 

"그렇습니다."

 

"일본에도 있어?"

 

"미국 핫도그가 훨씬 맛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햇살 아래에서 테니스나 풋볼을 보면서 먹는 핫도그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음식물로 변하고 만다. 먹고 있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 태양과 스포츠에서 벗어날 때, 행복의 상징으로서 그 맛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것도 뇌나 혀나 위가 아니라, 온몸으로.

......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