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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1_읽기

1973년의 핀볼

 

 

#1
무라카미 하루키의 [쥐 3부작]의 두번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쥐}라는 캐릭터가 언급된다는 점에서, [댄스 댄스 댄스]까지 포함한다면 [쥐 4부작] 혹은 [초기 4부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
두 주인공-1인칭 화자 주인공과, 그의 청년 시절 고향 친구인 {쥐}-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는 작법으로 그려지고 있다. 번역업을 하는 1인칭 화자가 우연히 쌍둥이 자매와 함께 기거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삶의 일상과. {쥐}의 사랑 이야기와 그의 허무적이고 염세적인 사상으로 고향을 떠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쥐}가 J's bar 에서 집착했던 스페이스십 핀볼을 1인칭 화자가 또한 집착하면서 핀볼기계를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른 블로그에서 읽었던 감상평을 빌자면, 핀볼은 주인공이 예전 대학시절에 사랑했던 한 여자의 비유적인 오브젝트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 감상은 상실과 허무로 텅 비어버린 주인공의 몸 한켠 어느 부분을 채워주었던 하나의 대상이 핀볼이었고, 어느날 오락실의 소멸과 함께 사라진 핀볼을 찾아나서서 결국 외딴 양계장에서 찾아낸 핀볼을 마지막으로 조우하여 대화를 나누고는 마지막 게임도 하지않고 작별한 것은 결국 마음 속 공동을 채우는 것은 지나간 추억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부분-좀 더 태생적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
작가의 초기 소설군에 지배적으로 깔려있는 삶의 허무함이 이 소설에도 짙게 배어있다. 그리고 간편하면서도 요즘 말로 시크-chic-한 1인칭 화자의 삶의 모습에 매료되는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인 단어로 나열해보자면, 재즈음악들-조금은 느슨하면서도 방탕한 여성편력-아비시니아 고양이-유럽계 레스토랑-핀볼 등.

 


#4
읽고나면 묘하게 가슴 한켠이 텅 비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벌써 3번째 읽었지만 이런 감성은 여전히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5
예전에 샀었던 종이책은 오간데 없고, 생일선물로 받은 양장본으로 추억어린 마음으로 3번째 정독을 하였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