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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4_유희

위스키 블루스

 어쩌면 위스키라는 관념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걸지도 모르겠다.

 위스키는 와인처럼 고혹적이지만 그 진중한 무게감은 와인과는 궤를 달리 한다. 소주 맥주와도 또한 다르다. 소주와 맥주는 그 제작과정보단 소비되는 패턴에 있어서 너무나도 쉽게 찰나의 시간만 데우거나 혹은 냉각한다. 위스키는 어떠하지? 시시각각 변해가는 향과 맛을 캐치하기 위해 우리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위스키를 느껴보려 한다. 좀 더 편하게 즐길 때에는 그 중 가장 지배적이고 잘 느껴지는 특징만을 캐치하여 캐쥬얼하게 즐길 수도 있다. 마치 소주나 맥주처럼. 하지만 여유가 있다. 찰나에 온 몸을 스러지게 할 필요가 없다.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즐기면 그만이다. 진중하게든, 캐쥬얼하게든. 때론 만족할 것이고, 가끔 실망하거나 혹은 피로감을 느끼겠지. 하지만 역시 그 뿐이다. 좋은 시절은 언제든 돌아오게 마련이니까.

 유튜브에서 whisky blues 로 검색을 하면 여러 가지 플레이리스트들이 노출된다. 그 중 하나-지금 듣고 있는건 피키 블라인더스의 킬리언 머피가 썸네일을 맡고 있는 플레이 리스트-를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틀어놓고 편하게 즐기는 중이다. 글렌캐런 글래스에 니트로 맥캘란 12 더블 한잔, 온더락스 글래스에 얼음 탄산수와 함께 발베니 12 더블 한잔. 둘 다 보틀의 바닥을 드러낸 참이다. 산화가 지나치게 진행되진 않은 것 같다. 아직 풍미가 살아 있으니 말이다. 멀리 떨어진 다수의 표적을 여유있게 처리하는 저격수처럼, 블루스 기타는 띄엄띄엄 현을 거칠게 튕기어낸다. 음표 하나하나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상상을 해본다. 맥캘란에선 달고나처럼 짙은 달콤함이 오픈 직후보다 더욱 강하게 흘러넘친다. 버번 같은 느낌조차 든다. 블루스 음악에 잘 녹아든다.

 midnight healing.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