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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2_소고

Tour Eiffel

 

에펠탑 전방으로, 아이스링크가 있었다.

 

하얀 빙판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빠른 속도로 스케이팅을 즐기는 사람들은,

한껏 두 팔을 활개치며 달렸다. 내심 나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유치원 이후로 스케이트를 타보질 않아서 자신이 없었다.

그대로 난간에 몸을 걸친채 한동안 빙판과 에펠탑을 번갈아 바라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좁은 빙판에서 스케이팅 실력을 뽐내는 멋쟁이도 있었거니와,

싱글코트를 차려입은 남자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가 다정하게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주변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스케이터들은

그런 연인을 배려하듯 하얀 얼음가루를 사방에 흩뿌리며 사선으로 스쳐 지나갔다.

괜히 내 등이 시려왔다. 외롭다면 외로운 것이겠지. 30살의 옹졸한 감정이란. 흣

 

이만 난간을 내려가서 에펠탑을 보기러 했다.

일행과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밤은 무한했고, 나는 추운 가운데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