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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02_소고

책장 정리와 전자책 단말기



서재 책장의 장서 수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도서 구매가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중고서점에 몇 권씩 가져다 팔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분양하기도 해봤지만, 가끔 충동적으로 신간들을 구매하곤 하여, 결국 다 읽은 책들을 분리수거 때 내어놓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빠른 방법일듯 하다. 언젠가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읽은 후 그런 결심은 더욱 확고해져서 실제로 몇 권의 책들-더 이상 읽을 마음은 없어진-은 그런 식으로 쓰레기를 내다버리듯 처분하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무언가로 책장은 가득하기만 하다. 기타 악보와 교본, 야구 장갑과 공들, 게임 시디와 디비디들 그리고 퍼즐이나 피규어 등으로 책장은 자꾸만 포화 상태를 지속중이다. 목표가 명확치 않은 욕구 해소의 결과물들. 이쯤 되면 책장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마음 속-볼품 없고 탐욕스러운-을 그대로 비추어내는 거울같기도 하여 가끔 부끄러움에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역시나 책은 사고 싶고 또한 가끔 읽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의 내 구매욕은 전자책 단말기에 닿아 있다. 이미 내 미래의 책장의 모습은 사랑해마지 않는 몇 십권 정도의 책들과 여러 종류의 취미 물품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중심을 잡고 있을 전자책 단말기로 그 형태를 띄어가고 있다. 예전보다는 그 구성이 단촐해지고 대신 좀 더 넓어진 빈 공간들로 심리적인 여유를 가져다줄 모습으로.

한국의 전자책 시장-전자책과 단말기 그리고 서비스를 아우르는-은 DRM 이슈와 각 업체들 간의 사정에 의해 매우 파편화되어있다고 한다. 여러 검색 통로를 통해 대략의 사정을 파악하였고, 하여 지금의 내 고민은 전용기-해당 업체의 서비스만을 사용 가능한-를 사느냐 혹은 범용기-열린 서재를 사용 가능한-를 사느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론 리디페이퍼 / 크레마사운드업 / 샘7.8 등의 세 가지 기종 사이에서 구매를 고민 중이다. 회사 익명게시판에 이런 고민을 올려 추천을 요청해둔 상태인데, 추천글들을 보고나서 최종 결정을 할 생각이다.

목적은 명확하다. 장서량을 줄여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하고 일반 스마트폰으로 텍스트를 볼 때보다 눈이 덜 피로하게끔 전자잉크 기반의 전자책 단말기로 독서를 하는 것.

어쨌든 지금은 기존에 사두었던 종이책을 읽어나가는 중이다. 지난주엔 로맹 가리의 유럽의 교육을 읽었고 이번주엔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읽을 예정이다. 세태를 좇기보단 필요에 의해 내 독서 양식도 변화를 맞이한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