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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1_읽기

우연한 산보

 

 

#1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었다. 일본 드라마인데, 원작인 만화도 보고싶어서 시내의 만화까페에 찾아가서 읽기도 했었다. 그러다 얼마전 인터넷으로 아예 소장을 목적으로 구매해버렸는데, 동작가의 다른 작품도 한권 같이 구매를 했으니, 그것이 [우연한 산보] 라는 작품이다.


 

#2
문구회사에 재직중인 삼십대의 남자주인공이, 우연히 걷게되는 거리/골목길 등을 그려내는 내용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마주치는 일본의 오래된 목조가옥이라던가 상점 등에 그리운 감정을 느낀다거나, 카레나 라면가게에 혹해서 간단히 한끼를 한다던가 하는 소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만, 나름 감정이입이 잘되는 부분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소년만화나 진지한 계열의 만화들에 비해 좀 더 slow 한 내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간결한 코멘트를 덧붙여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이 작품 뿐만 아니라, 여탸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역시나 일본 만화/애니메이션/드라마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밌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3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는 산책이고, 작가는 이를 우아한 헛걸음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미지의 길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만 극복할 수 있다면 산책은 근사한 일상 속의 모험이 될 것이라고 나도 동의하게 된다. 언젠가 좀 더 나은 환경에 정착하게 된다면, 때때로 이러한 산책을 즐기면서 이를 간헐적인 산책이야기로 기록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4
작품의 시작 에피소드에서, 남자주인공은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에디슨 전구를 사와서 집에 달았다가. 부인으로부터 약간의 힐책을 받는다. 이 때부터 주인공 부부 내외의 사소한 불화-취향에서 오는-를 마음 한 구석에 두고 있었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산책을 하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부인을 만나서 결국 돌아오는 길에는 같이 산책을 하게 되는데, 나름 하나의 갈등이 좋은 방향으로 맺음된 것 같아서 이 것 역시 마음에 드는 피날레라고 생각한다.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