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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4_유희

최근 마신 와인들

 

샤또 뿌이게라우 블랑 2016

아와테레 소비뇽블랑 2020

페데리코 파테니나 까바 브뤼 2018

도멘 슐룸베르거 게뷔르츠트라미너 2019

 

신의 물방울에서 세피아 빛 추억으로 표현된 뿌이게라우를 먹어보고 싶었으나, 하필 그날 여섯병의 와인을 구매하느라 주의력이 떨어져서 뿌이게라우 블랑을 레드와인으로 착각하고 골랐다. 부주의한 자신을 탓하며 차분하게 코르크를 따고 한잔 마셔보았는데, 소비뇽블랑 80% 에 소비뇽그리 20% 가 블렌딩되어서 그런지 쨍한 산미가 좀 더 차분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크리미? 버터리? 한 향이 나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날 다른 지역 다른 판매처에서 빨간 뿌이게라우를 구매하긴 했다.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을 이것저것 먹어보았는데, 아와테레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었다. 열대과일향이 풍성하게 느껴졌는데 아마 파인애플향이 아닐까 싶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과실향을 느끼며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먹어본 적이 있으나 약발포성이라 섬세한 버블을 느끼기엔 부족했는데, 페데리코 파테니나는 확실히 스파클링이라 그런지 플루트 잔에 부었을 때 미세한 기포가 샤르르르 솟아오르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살짝 꾸리한 빵 향도 느낄 수 있었고 생각보다 과실향은 느끼기 힘들었다. 플루트 잔과 레드 잔에 각각 부어서 비교하며 마셔보았는데 과실향이 약해서 그런지 플루트 잔으로 먹는게 좀 더 나았다. 그런데 브뤼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개성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레드 와인의 잔당감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스파클링 브뤼는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조금 더 스파클링을 먹어봐야 내 취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한병을 다 먹는건 좀 부담스러웠다. 냉장고에 브뤼 샴페인이 하나 있는데 나중에 테스트를 해볼 예정이다.

게부르츠트라미너는 내 입맛에 안 맞았다. 과일 리치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슐룸베르거에서 나는 리치 향이 마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독한 향수처럼 몸에서 거부 반응이 나서... 결국 한잔을 채 먹지 못하고 남은 와인을 버려 버렸다. 와인을 먹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진 모든 와인이 맛있었기에 좀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도 쭉 이런저런 품종의 와인을 먹다보면 분명 내게 맞지 않는 와인이 또 나타나겠지.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