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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4_유희

스시라쿠

 오랜만에 회와 초밥이 먹고 싶었다. 맘 편하게, 혼자서.

 예약 후 집에서 가게까지 삽십분이 넘는 거리를 꾸역꾸역 걸어서 시작 시간에 딱 맞추어 착석했다. 거리두기를 위해 팀과 팀 간에는 한 좌석 씩 공석을 두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서자 모든 예약석이 꽉 찬 듯 했다. 나는 물수건으로 손을 훔치고, 물로 식도를 씻긴 후 오마카세를 받아들였다.

 시작은 트러플을 두른 자완무시로 시작해서, 광어 연어 등 몇 점의 회로 입맛을 끌어올렸다. 전복과 내장 밥도 나왔던 것 같고. 고소하면서 크리미한 전복 내장 맛이 아직 입에 느껴진다. 회가 끝나고 초밥이 나오면서 기억을 남겨두고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셔터음을 내지 않기 위해 Foodie 앱을 사용했다. 필터를 거치다보니 색상이나 촛점 등이 현실 그대로 반영되진 않는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기본 카메라로 사진을 남기는게 좋겠다. 초밥 하나하나를 모두 찍고 싶었으나 홍게살과 조개관자 그리고 추가 주문한 광어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방사능이 걱정되어 사케는 시키지 않았고, 화이트와인을 가져오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관두었다. 일반 소주 두 병을 시켰는데 추가 스시까지 곁들이다 보니 음식도 술도 딱 맞게 동이 났다. 후반부 쯤엔 사장님도 조금 한가해졌는지 살짝 농을 주고 받기도 했다. 기름진 생선엔 와사비를 곁들이는게 좋은데, 취기가 좀 오르다보니 토치로 야부리한 관자에 와사비를 듬뿍 올려 먹었고 그걸 눈여겨본 사장님이 어드바이스를 해주었다. 손님이 좀 적은 한적한 시간 대에 방문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맛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잿방어
참다랑어 속살
전갱이
한치
단새우
단새우 우니
새우튀김
바다장어
후토마끼
우동
교꾸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