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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3_시음

펫낫 미아오 로제 2020


Pet Nat Miao Rose 2020



와인을 사러 다니는 동네 대형마트가 있다. 그 날도 평소처럼 와인을 보러 갈까 싶어 뚜벅뚜벅 걸어서 마트를 향했으나 왠일인지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그래서 내친 김에 산책이나 할겸 좀 더 걸었다. 마트 근처엔 까페거리가 있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커피나 한잔 하려는 마음으로 거리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눈여겨 봐두었던 와인샵이 그 거리에 있었다. 내추럴 와인을 주로 판매하는 와인샵이어서 딱히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나 마침 발길 닿는 곳에 있어서 태양도 피하고 와인 구경이나 하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작지만 인더스트리얼해서 쾌적해보이는 매장 안에는 몇 갠가의 철제 프레임에 와인들을 세워서 진열해두고 있었다. 내추럴 와인 뿐만 아니라 평소 눈에 익은 컨벤셔널 와인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중 몰리두커 더 복서랑 오 봉 끌리마가 눈에 띄었다. 가격은 다른 마트나 샵들과 비교했을 때 큰 메리트는 느껴지지 않아서(좀 더 발품을 팔아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할 듯) 이내 내추럴 와인을 좀 구경하고 있노라니 젊은 사장님이 다가와 말을 걸어 주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사장님이 말을 붙여서 나도 모르게 왠지 조금 소극적인 태도가 되어버렸는데, 뭐 개의치 않고 이런저런 설명과 추천을 해주셨다. 내추럴 와인을 잘 모르지만 한 가지 추천해달라고 말씀드렸고 입문용으로 좋다는 펫낫 미아오 로제 와인을 추천해주셔서 와인 입문 이후 처음으로 내추럴 와인을 먹어볼 기회가 생겼다. 핑키한 색깔에 아래에는 침전물이 깔려 있었고, 처음 마실 때는 일부 그냥 마셔 보고 나머지는 침전물과 섞이게끔 적당히 흔들어서 마셔보라고 말씀해주셨다.

냉장고에 두고서 몇 주가 지난 뒤에 꺼내어 맛을 보았다. 일단 캡은 크라운 캡, 펫낫의 특징인 듯하다. 처음 마실 때에 찍어둔 사진은 없지만 흔들기 전과 흔들고 나서의 투명도와 빛깔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마지막 남은 와인을 먹기 전에 흔들어서 잔에 부어 보았더니 꽤나 불투명한 색을 띄었다. 인터넷 서치를 통해 확인해본 향은 복숭아와 바나나 였으나, 실제 내가 맡아본 향은 토마토 주스의 향에 가까웠다. 펫낫의 뜻이 "Pétillant Naturel" 이라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발생한 탄산 정도의 뜻이 될 것 같다. 인공적으로 효모를 넣지 않은(자연 효모가 포함되었나?) 상태에서 발효가 진행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아무튼 병입 후에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는 방식으로 탄산이 와인에 녹아들어 약간의 발포성이 느껴져서 질감이 꽤나 상쾌했다. 카베르네 프랑이 블렌드 되었지만 피망 향은 잘 느끼질 못했고, 에티켓에도 설명되어 있다시피 로제를 만들기 위한 첨가라고 보여진다.

중간 적갈색
살짝 쿰쿰한 향 / 토마토 주스 향

산도 : ★★★☆☆
탄닌 : ☆☆☆☆☆
당도 : ★☆☆☆☆
알콜 : ★★☆☆☆
바디 : ★★☆☆☆
여운 : ★★☆☆☆

칠레 / 샤도네이 98% / 까베르네 프랑 2%
레투와 / 5만원

여름날에 시원하게 칠링된 녀석을 꺼내어 마신다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 같다. 물론 밤보단 낮이, 집보단 야외가 어울릴 것 같은 약발포성의 로제 와인. 가능하다면 혼자나 동성보다는 이성과 같이.


무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