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14_유희

(98)
스시라쿠 오랜만에 회와 초밥이 먹고 싶었다. 맘 편하게, 혼자서. 예약 후 집에서 가게까지 삽십분이 넘는 거리를 꾸역꾸역 걸어서 시작 시간에 딱 맞추어 착석했다. 거리두기를 위해 팀과 팀 간에는 한 좌석 씩 공석을 두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서자 모든 예약석이 꽉 찬 듯 했다. 나는 물수건으로 손을 훔치고, 물로 식도를 씻긴 후 오마카세를 받아들였다. 시작은 트러플을 두른 자완무시로 시작해서, 광어 연어 등 몇 점의 회로 입맛을 끌어올렸다. 전복과 내장 밥도 나왔던 것 같고. 고소하면서 크리미한 전복 내장 맛이 아직 입에 느껴진다. 회가 끝나고 초밥이 나오면서 기억을 남겨두고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셔터음을 내지 않기 위해 Foodie 앱을 사용했다. 필터를 거치다보니 색상이나 촛점 등이 현실 그대로 반영되진 ..
걸어서가는집 와인을 먹지 않는 날-대체로 먹지만 그래도 간을 쉬어줄 요량으로 건너뛰는 날도 있다-엔 이상하게 맛있는 음식이 땡기곤 하는데, 그럴 때면 와인을 먹지 못한다는 스스로의 금기 때문에 반사 효과로 소주를 곁들이게 되는 것 같다. 결국은 원래의 목적을 잊어먹는 격인데, 이번이 그랬다. 황골 북쪽의 용인시에 속하는 위치에 걸어서가는집, 이라는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일찍 퇴근한 후 찾아가봤다. 주택가 골목길에 뜬금없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나름 동네 주민들의 픽을 받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사장님 한분이 테이블에 앉아 계셨고, 천장에는 작게나마 와인랙에 와인글라스들이 걸려 있어서, 주류반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님은 아직 한 팀도 없었고 나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직 식..
최근 마신 와인들 샤또 뿌이게라우 블랑 2016 아와테레 소비뇽블랑 2020 페데리코 파테니나 까바 브뤼 2018 도멘 슐룸베르거 게뷔르츠트라미너 2019 신의 물방울에서 세피아 빛 추억으로 표현된 뿌이게라우를 먹어보고 싶었으나, 하필 그날 여섯병의 와인을 구매하느라 주의력이 떨어져서 뿌이게라우 블랑을 레드와인으로 착각하고 골랐다. 부주의한 자신을 탓하며 차분하게 코르크를 따고 한잔 마셔보았는데, 소비뇽블랑 80% 에 소비뇽그리 20% 가 블렌딩되어서 그런지 쨍한 산미가 좀 더 차분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크리미? 버터리? 한 향이 나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날 다른 지역 다른 판매처에서 빨간 뿌이게라우를 구매하긴 했다.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을 이것저것 먹어보았는데, 아와테레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었다. 열..
봉골레 파스타, 바지락 술찜 당뇨와 간질환 때문에 절주한지 일주일째. 개봉해둔 투보틀 샤르도네가 아까워서 마트에서 바지락을 한 팩 샀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보고 대충 레시피를 따라하여 봉골레 파스타와 바지락 술찜을 해먹었다. 해감은 좀 더 신경써서 해야 나중에 먹을 때 이물감이 없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 바지락을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넣을 때는 양 조절을 잘 해야 나중에 알콜맛이 덜 난다. 그렇다고 알콜을 날리기 위해 화이트 와인을 많이 졸이려고 너무 익히지 말 것. 바지락이 질겨진다. 마지막으론 파스타를 많이 삶지말 것. 살 찐다. 그럭저럭 괜찮은 식사였다. 될 수 있으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봉골레 파스타를 좀 더 먹어보고 감을 익혀보자. 무한, 영원.
슈코우, 보드람 무한, 영원.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투어 가족이나 친구가 수원을 방문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장소로 데려가 좋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했다. 예전에 가족들이 올라왔을 땐 광교 호수 공원으로 산책을 하러 갔었지만 날이 너무 덥고 햇볕이 강해서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또 누군가가 수원을 방문한다면 어디로 데려가주는 것이 좋을까? 역시 수원이란 고장의 내세울만한 아름다움은 수원화성과 그 성곽길이라 생각이 된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산책코스를 파악하여 이후 누가 오더라도 아 이곳만큼은 잘 안내할 수 있을 요량으로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 투어란 것을 해보기로 했다. 보통 수원화성을 간다치면 그 중심으로 생각되는 화성행궁-옆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있다-을 가거나 혹은 팔달문 창룡..
칠보산 긴 휴가가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막 지난 첫 번째 주 였던 지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가기가 꺼려졌다. 나름의 휴가 계획을 세웠고, 집안일과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광청종주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광청종주, 여기저기서 정보 수집을 해본 바 지금의 몸뚱아리와 정신력 만으론 힘들겠다고 생각하여 일단 체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했다. 동네 뒷산과 여러 산책 코스 그리고 지난 번에 시도했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고 주차가 불가능해서 실패했던 칠보산을 다니면서 체력을 올려보고자 했다. 동네 뒷산의 이름은 독침산. 한 때 뱀이 많아서 독침산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하는데, 영통 도서관 쪽에서 시작하여 조금만 올라가면 큰 정자와 운동시설 들이 나오고, 조금 더 지나 내려가면 ..
강천섬 불 같던 오전에 집안일을 해치우고 숨을 고르다가, 한풀 기세가 꺾인 오후 느지막히 수원을 출발하여 영동을 타고 여주로 향했다. 한 시간 반 여를 달려 도착한 강천섬은 하늘과 바로 맞닿아 있는듯 온몸에 뜨거운 공기를 쉴새없이 비비적거렸고 마치 진군하는 병사처럼 씩씩하게 걸음을 재촉하여 강천교 초입을 지났다. 강천섬에 들어서면서 풍경은 다양한 초록들로 일변하였고 오랜만에 나무와 풀냄새를 마음껏 들이키며 소로를 따라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아갔다. 성인남성의 걸음으로 십여분쯤 지났을 무렵 섬은 그 속살이라 할 수 있는 잔디광장을 내게 내어주었고 거긴 이미 일상을 잊으려 섬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보았던 정돈된 모습의 풍경과는 좀 차이가 있었던건 사실이다. 제멋대로 자라나 복숭아뼈..